SPECIAL EXHIBITION 익스페디션-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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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생생한 관점으로 도시를 탐험하고,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틈새의 가치들을 켜켜이 쌓아올려 예술적 방식으로 전복시키는 《익스페디션》 프로젝트는 bac의 메인 파트너 PLACEMAK의 ‘SPECIAL EXHIBITION’입니다. 상업성을 전제로 하는 아트페어 형식의 행사가 예술적 태도를 잃지 않게끔 늘 긴장시켜 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익스페디션-부여》는 예술가들이 지역을 관찰하고 상상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지는 장소 특정적 예술로서, 부여를 문화적 담론과 예술적 해석이 전개되는 현대미술의 현장으로 바꿔놓게 됩니다.
2021년 <익스페디션-부여> 의 주제어는 ‘보물찾기’입니다.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들은 부여라는 도시에서 익숙히 잘 알려진 물질적, 역사적 보물이 아닌 일상 속에 숨겨진 ‘무형의 가치’를 발견하고 주목합니다. 이를테면 유속이 느린 백마강을 건너는 수륙양용 버스, 계절과 기상상황이 알맞아야 띄울 수 있는 열기구, 높은 빌딩과 상점, 지역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땀과 시간, 야사로 남겨진 이야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물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 인위적인 관광지로 점철된 도시개발형태를 답습하지 않고 자연과 경관, 편안과 평화를 안겨주는 환경, 지역의 분위기 등 숨겨진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예술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MAK-PLAY  평면

김은진, 노현탁, 방은겸, 손미정, 최세진

막-플레이(MAK-Play)는 말 그대로 다양한 회화 작품을 만나고 느끼며 ‘Play’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가 진행되는 (구)농어촌공사 회의실 건물은 과거 회의 및 교육 등의 행사가 진행되었던 엄숙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건물로 들어오면 회화작품으로 구성된 비정형적 전시장이 등장한다. 과거의 건물이 수행했던 의미와 기능, 그 흔적을 전복시킨다. 건물 외부의 풀과 잎사귀는 문 앞에 키치한 조화로 연결되고, 그 안에 불규칙적으로 구획된 파티션 위에 힘이 넘치는 회화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조명이 공간에 빛 드로잉을 시도한다. 클럽을 연상케 하는 빠른 음악이 흘러나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작품을 조용히 감상하는 기존의 전시 형식과 질서를 탈피했다. 인위적으로 놓인 식물들,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조명, 독립된 회화 작품들 그리고 관람자가 만나 그 자체가 설치작품이 되도록 연출하였다. 

MAK-SHARE Installation

박철호

박철호 작가는 설치미술로 무대와 상황을 설정하고 영상, 그림자, 오브제 등을 종합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해 왔다. 주로 현대인이 겪는 감정, 선과 악의 문제, 옳고 그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로부터 내려온 부여의 설화, 무용담을 주제화 하였다. 백제의 멸망으로 백마강에 뛰어든 삼천궁녀 이야기, 부여가 경제적으로 성황이었을 당시 모 운송회사가 주민들에게 풀장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 등 고전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부여의 보물같은 설화를 현대적 부조리극으로 풀어냈다. 야외 공간을 활용하여 유물 발굴현장, 간이 풀장과 다이빙, 전쟁터 등 시대와 기능이 어긋난 장소를 연출함으로서 이질적인 시각 체험을 유도한다. 이로써 작가는 조직, 단체, 국가의 이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 온당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집단과 개인의 자유의지의 관계성에 대해 질문한다. 

배성미

배성미 작가는 다양한 지역을 돌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시간성을 발견하고 그 무게와 흔적을 읽어내는 작가다. 자본주의 안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 즉, 현재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시간, 노동의 고단함을 작품으로 대변한다. 작가는 부여의 나성을 비롯한 성터와 유적 속에서 노동의 시간과 가치를 읽었다. 삼국시대 각축을 벌였던 나라들의 전쟁은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전시장에는 500여개의 스테인리스 밥그릇들이 흔들리고 부딪치면서 불협화음을 낸다. 이는 사람들의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면 만들어내는 소리로서 전쟁의 불편함을 밥그릇싸움으로 비유한 것이다.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이라는 제목처럼 사람의 노고와 간절함이 쌓여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를 만들고, 그것이 부여 나성으로 남아있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보물은 바로 ‘사람’이다. 그러나 부여라는 도시의 유물은 대부분 전쟁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생존을 위해 쌓은 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성인가? 수많은 밥그릇이 만들어낸 생경한 풍경과 소리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일깨운다. 

서찬석

서찬석 작가는 사회와 인간관계 속에 내재된 오류와 불안정성을 마주하고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 예술언어로 발언한다. 특히 낡고 강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을 해석하고 폭발적 드로잉으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 하는데 강점을 지니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규암목재소 외부공간 일부에 벽면을 구축하고, 도화지 삼아 다양한 도상과 이미지를 그려낸다. 부여에 얽힌 백제불교의 도상과 역사 그리고 문화재뿐 아니라 본 전시를 준비하며 느낀 부여의 지역문화와 사람들, 생활특성 등을 수집하여 글과 그림으로 써내려간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감상하고 느낀 부여에 대한 이야기는 주관적이지만 또한 창조적인 또 하나의 세계가 된다. 부여의 사람들과 삶, 설화 등 무형의 보물을 이미지로 시각화 하는 작업이다. 

신익균 

신익균 작가는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한 비정형 오브제를 만들어 왔다. 작업의 밑바탕에는 현장의 사물과 사람들, 공간에 대한 해석이 전제된다. 사물을 통해 그들의 삶을 유추하며, 조각가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부여군 규암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상황과 인상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하루에 한번밖에 운행하지 않는 108번 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 불안하고 힘든 움직임이지만 나름의 규칙과 질서 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행복을 나누는 모습에서 작가는 부여의 보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낡은 의자들의 군무〉로 연출하였다. 의자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다. 사람의 무게를 온전히 떠받치기 때문에 균형, 구조, 안정성 등이 조화롭게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작가가 연출한 의자들은 어딘가 부러지거나, 균형이 맞지 않거나, 낡고 오래된 의자들이다 그럼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쓰러지지 않는다. 버스의 의자에 의지해 이동하는 노인들을 낡은 의자 그 자체로 의인화 한 것은 한 시대를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희생과 삶의 무게에 대한 경의적의 표현이다. 

신재은

신재은 작가는 사물과 현상의 표피 아래 감추어진 속살, 우리가 진실로 믿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며, 그것에 대한 상상을 시각화 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주목한 부여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지상의 부여가 아닌 백제 시대의 사료가 지층으로 켜켜이 쌓인 지하의 부여다. 역사적으로 부여는 황칠공예가 발달하여 황금갑옷 비롯한 다양한 금속, 가죽의 도료로 사용하였다. 또한, 해상무역의 발달로 국제적 교류가 성행했다. 작가는 이러한 백제의 연금술적 기술, 해상을 통한 진취적 정기를 어둠을 뚫고 지면으로 솟아오르는 금빛 물줄기로 표현하였다. 지면의 위를 상징하는 옥상의 오리 풍선은 백제시대와 현재를 구분하는 상징으로 마주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밟고 서있는 지면 아래에서 박동하고 있는 에너지, 치열하지만 아름다웠던 힘을 간직한 역사적 에너지가 바로 부여의 보물이 아닐까? 

오택관 

오택관 작가는 도시의 관념적 풍경을 시각화하는 작가다. 격자로 늘어선 건물들, 도로와 사람들의 모습, 도시의 특성과 색채를 추상이미지로 표현해 왔다. 오택관이 바라본 도시는 정지된 풍경이 아닌 시시각각 변화하고 움직이는 리드미컬한 생명체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부여가 갖는 도시적 색채 즉, 빌딩과 도로가 아닌 문화재와 성터 등 부여만의 지역적 색채를 추상적으로 해석했다. 특히 정림사지 5층석탑의 비율에 대한 아름다움에 주목하였다. 탑신부의 다양한 탑신석이 만들어내는 비율, 여러 형태의 석재들이 서로 교차되며 하중을 분산하면서 전체적인 힘을 만드는 구조와 조형미를 공간설치로 표현하였다. 다만 작가는 석탑을 보는 외부의 시선이 아닌 내부의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반전을 주었다. 공간 속에 공간으로 안내하는 작품은 석탑을 내부적 시선으로 보도록 유도한다. 또한 돌 재질로 모노톤으로 되어있던 석탑 내부에 다양한 색채를 포함시킴으로서 유물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이기일 

이기일 작가는 스스로를 ‘문화 조각가’로 칭한다. 단순히 조형물을 만드는 조각가를 넘어 지역과 역사를 아우르는 문화 전반을 상징적 조형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주로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과 흔적들을 시각화하고 재조명해왔다. 본 전시에서는 근현대를 넘어 삼국시대의 유물과 유적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구축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해상교통이 중요했던 시절 규암목재소는 번성하는 규암리를 이끄는 중요한 전초기지였다. 그 당시 번성했던 규암목재소를 통해 많은 건축과 구조물이 탄생했을 것이다. 번성했던 백제의 흔적이 현재 정림사지 석탑만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규암이 번성했던 시절을 회귀하고자 했다. 문화재는 상징적인 존재다. 과거의 번성함을 보물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규암의 번성했던 시절을 정림사지 석탑의 형태를 실물 사이즈로 가져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리고 목재소라는 정체성을 살려 석탑을 목탑으로 새롭게 세웠다. 오랜 시간성을 간직한 폐허가 된 목재들과 새롭게 탑이 된 목재의 이질감을 통해 시대의 간극을 읽을 수 있다.